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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출시한 카카오의 첫 퍼블리싱 게임 O.N.E(원) for Kakao가 때아닌 구설수에 휘말렸다. 

게임을 출시했음에도 출시 첫날부터 게임 이름이 제대로 노출되지 않아 각종 프로모션을 준비했지만, 난항을 겪었다는 것이 카카오의 주장이다. 특히 게임과 관련된 각종 키워드로 검색했지만, 몇몇 키워드를 제외하면 노출되지 않는 초유의 사태를 겪어 카카오와 카카오 게임S의 첫 타이틀부터 체면을 구겼다.

그러나 이를 지켜보는 시각은 냉소적이다. 이미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카페 등의 SNS나 커뮤니티에서 이전에 이와 비슷한 경험을 했던 개발자들이나 중소 개발사 대표들의 시각은 사뭇 다르다.

구글의 갑질과 견제라는 프레임과 경험 미숙에 따른 피해자 코스프레라는 프레임이 공존한다. 현재도 O.N.E(원) for Kakao의 검색 노출에 따른 설전이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더욱 카카오가 구글을 상대로 한 갑질이나 견제라는 키워드가 어울리는 것부터 냉정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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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프레임은 구글의 견제다.

견제라는 단어는 힘의 균형이 엇비슷할 때 쓰는 단어로 카카오는 구글의 견제 대상 자체가 될 수 없다. 그저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 각종 앱을 올리는 수많은 등록자 중 하나일 뿐이다. 

그래서 업계 일각에서는 구글의 심기를 건드린 몇 가지 액션을 지적한다. 

익명을 요구한 개발사 대표는 "구글 플레이 스토어 선행 출시가 아닌 국내 로컬 마켓 선행 출시부터 구글의 심기를 건드린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특히 원스토어와 카카오 게임샵에 선행 출시한 이후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 출시, 런칭 순서가 자극한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도 네이버 앱스토어의 베타존과 독점 출시한 이후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 출시할 때 애를 먹은 경험이 있다."고 전했다.

실제 O.N.E(원) for Kakao는 카카오 게임샵에서 CBT를 진행하고, 구글 플레이 스토어보다 먼저 출시했다. 이러한 상황을 돌이켜보면 구글이 카카오를 견제할만한 명분이 생긴 셈이다. 그러나 전 세계 구글 플레이 스토어를 서비스하는 마당에 구글이 유독 국내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 먼저 출시하지 않았다고 취할 수 있는 이득이 있는가 생각해봐야 한다.

누군가는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면 상대적으로 누군가는 막대한 이익을 취해야 한다. 이번 O.N.E(원) for Kakao의 사례로 구글이 막대한 이익을 얻은 것이 있을까. 오히려 카카오 게임 S의 브랜드가 구글의 견제 대상으로 언급된 것이 카카오의 실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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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프레임은 피해자 코스프레다.

카카오는 카카오 게임센터를 운영하는 사업 주체다. 2012년 7월 30일 애니팡을 시작으로 한 카카오 게임이 벌써 4주년이다. 지금까지 채널링 사업자로 다른 카카오 게임 출시를 계속 지켜봤다면 이번 출시는 의구심을 자아낸다.

초창기 카카오 게임은 당시 이통 3사 마켓(티스토어, 올레마켓, 유플러스 스토어)에 대한 페널티를 암묵적으로 적용했다. 로컬 마켓 동시 출시, 선행, CBT 진행 불가 등이 독소 조항으로 작용했다. 계약서에 명시하지 않았음에도 우선이라는 단어는 사실상 독점에 가까웠다.

또한 카카오 게임하기에 입점한 이후에 일정 시간이 경과했을 때 로컬 마켓을 출시할 수 있었다. 채널링 게임에 대해 엄격하게 가이드 라인을 강요했던 카카오가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 'O.N.E(원) for Kakao'라는 게임 때문에 견제를 당했다고 억울함을 호소, 감성적으로 다가서는 것은 사업자의 역할이 아니다.

이 외에도 O.N.E(원) for Kakao라는 게임 이름을 결정한 이후에 검색 엔진 최적화(SEO: Search Engine Optimization)를 위한 시뮬레이션을 진행했는지 궁금해진다.

A 개발팀 대표는 "구글 플레이 스토어의 상단 키워드 광고나 SEO를 제대로 실행할 수 없는 영세 개발팀은 지금의 사태를 보면 코웃음만 친다. 게임 이름을 결정짓고, 상표권에 등록하기 전까지 어떻게 우리의 게임이 제대로 노출될 수 있을까 계속해서 고민한다."고 말한다.

또 B 개발사 대표는 "항상 카카오가 무언가를 준비할 때마다 구글이 딴지를 건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으면 한다. 우리도 정책 위반으로 지금까지 하나의 등록자로 올렸던 몇 개의 게임 누적 다운로드와 평점이 초기화 된 적이 있다. 우리나 카카오나 구글 입장에서는 그저 등록자 중 하나일 뿐인데 유난히 카카오만 구글에 피해를 보고 있다는 주장은 불편하다."고 전했다.

영세 개발사나 인디 개발팀의 시각에서는 구글 플레이 스토어 검색창 키워드 광고와 별도의 사전 등록 페이지와 카카오 게임샵 등의 자원을 동원한 O.N.E(원) for Kakao의 호소가 감성이 아닌 감정만 앞세운 것으로 치부한다.

물론 각종 실패를 경험하며 회사와 개발팀의 존폐 위기까지 몰렸던 그들의 시각은 편협할 수 있다. 그러나 카카오 게임S의 첫 게임 출시를 경험 미숙에 따른 성장통으로 교감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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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프레임은 노이즈와 반면교사다.

6월 3일부터 연휴 기간 벌어진 일련의 사태에 대한 조속한 마무리가 없다면 카카오는 또 하나의 역풍을 맞는다. 바로 노이즈 마케팅 논란이다. 원래 의도와 상관없이 과정과 결과에 의해 화제의 중심으로 떠오르는 순간 O.N.E(원) for Kakao에 주홍글씨가 새겨지는 셈이다.

지금의 논란을 신속하게 잠재우고, O.N.E(원) for Kakao만의 경쟁력과 재미로 정면돌파하는 것이 정공법이다. 다른 이슈가 많아질수록 다음에 출시될 게임에 악영향을 초래할 가능성이 커진다.

채널링 게임으로 출시된 카카오 게임은 1,000여 개, 카카오 게임S로 퍼블리싱한 게임은 이제 1개다. 단 하나의 게임만 출시했을 뿐인데 게임이 아닌 다른 화제로 업계에서 회자되고, 자칫 구글 vs 카카오의 프레임으로 접근하는 것은 볼썽사납다.

매주 화요일 출시되는 카카오 게임 신규 부문 노출 순서를 두고, 미디어를 통해 나오는 견제와 봉쇄라는 단어를 생각해봤는지 묻고 싶다. 가나다순이나 알파벳 순서가 아니라면 구글의 으름장을 경험한 현재의 카카오가 느끼는 억울함과 분노를 잊지 않았으면 한다.

카카오 게임에 입점할 때마다 리스트 상위에 노출되고 싶은 신생-중소 개발사가 느꼈던 답답하고 억울함을 호소할 수 없었던 심정이 지금 카카오의 심정이니까...

지금 누가 누구한테 지적할 시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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