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100km 이하가 되면 폭탄이 터진다
비행기, 기차, 잠수함 등 밀폐된 공간에 던져진 폭탄과 이를 예고한 테러는 재난 스릴러 영화의 교과서 콘텐츠다. 수집형 RPG의 필수 요소인 것처럼 곳곳에 배치된 각종 장치와 설정 그리고 악역과 졸지에 또 다른 악역으로 탄생하는 미운 캐릭터까지 신칸센 대폭파는 전형적인 영화의 공식을 벗어나지 않았다.
그래서 이 영화의 호불호는 1975년에 개봉한 전작과 이번 작품과 교점을 어떻게 이어갔는지 알아보는 게 관건이다. 그 결과 전작을 알고 있다면 부모 세대에서 자식으로 이어진 복수와 분노가 각기 다른 감정으로 폭발, 신칸센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폭탄과 테러범으로 분했다.
영화 스피드의 신칸센 버전일 수도 있겠지만, 앞서 언급한 교과서 콘텐츠는 클리셰처럼 표출돼 신선함은 떨어진다. 테러의 성공과 실패보다 '누군가는 위기 속에서 영웅으로 거듭난다'라는 평범한 사람의 용기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시작과 동시에 승무원, 정치인, 학생, 비리에 연루된 기업인, 인플루언서 등이 복잡하게 얽히고 얽힌 이야기로 '기차에 폭탄이 있다'는 상황에서 때로는 극단적으로 치닫는 이들의 갈등과 화합이 주를 이룬다.
일종의 밀실 추리처럼 '범인은 승객 중 한 명이다'라는 설정에 충실, 범인의 존재가 밝혀진 이후에도 갈등과 위기는 반복되는 식이다.
다만 테러 리스트가 될 수밖에 없었던 배경에 대해 개연성은 떨어진다. 흡사 불우한 가정 환경에 대한 분노를 사회에 표출하는 게 신칸센이었고, 폭탄 제조부터 실행까지 계획된 범죄를 가장했음에도 '묻지마 범죄'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시쳇말로 부모를 향한 삐뚤어진 시선이 분노로 바뀐 과정에서 테러 리스트의 명분은 사라지고, 그동안 참아왔던 분노를 폭탄으로 투영하는 과정에서 이야기의 설득력이 떨어진다. 극 후반부에 범인은 향한 애정어린 시선과 조언이 나오면서 테러 리스트는 졸지에 순한 양으로 변하면서 날카로웠던 극의 흐름은 졸지에 특유의 뾰족함은 사라진다.
또 중후반부터 차량 폭파 이후 위기를 극복하는 절제된 대사와 행동 등은 신칸센을 운영하는 업체를 화려하게 포장했다는 거부감도 무시할 수 없다. 오락과 기업 홍보 영화의 경계에서 아슬한 줄타기를 이어갔지만, 재난 영화의 갈등과 위기에 최고조에 달하는 수준까지 빌드업이 오래 걸려 지루한 '신칸센'으로 전락했다.
넷플릭스
https://www.netflix.com/kr/title/81629968
신칸센 대폭파 | 넷플릭스 공식 사이트
시속 100km 이하로 속도가 떨어지면 폭탄이 터지는 도쿄행 초고속 열차. 당국은 촌각을 다투며 탑승자 모두를 구하려 한다.
www.netflix.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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