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CGV, 반다이남코 필름웍스(Bandai Namco Filmworks)

하사웨이 노아는 브라이트 노아의 아픈 손가락일까 혹은 아직 온전하지 않은 젊음의 치기(稚氣)일까.

기동전사 건담 섬광의 하사웨이 키르케의 마녀는 넷플릭스에 공개된 '기동전사 건담 섬광의 하사웨이'에 이어 극장판으로 개봉한 2부 키르케의 마녀다. 건담 자체가 진입 장벽이 워낙 높게 설정된 탓에 한 편의 이야기로 모든 내용을 이해할 수 없다. 

그래서 이번 작품도 적어도 건담의 시작을 알린 '기동전사 건담' 3부작보다 TV판에 이어 역습의 사야, 섬광의 하사웨이까지 감상해야만 적어도 2편을 볼 때 혼선이 덜하다. OTT라면 중간에 멈추고, 설정집이나 각종 블로그와 SNS,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사전에 배경지식을 쌓을 수 있지만, 2편은 그렇지 않다.

단 하나의 이야기로 본다면 2편은 하사웨이 노아의 방황과 고통, 우울증이다. 크시 건담(RX-105), 페넬로페(RX-104FF), 아류제우스(TX-5FF104) 등 양산기가 아닌 주역기의 전투는 덤일 뿐 주요 이야기는 하사웨이 노아보다 마프티의 리더로 활동하는 마프티다.

참고로 1편과 2편에 등장하는 등장인물의 이름, 예를 들면 노아나 페넬로페 그리고 마프티나 아류제우스, 키르케 등을 알고 있다면 캐릭터의 성격과 설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만약 이러한 설정을 생략한 채 키르케의 마녀를 본다면 감상평은 간단해진다. '저 XX의 XX, 정말 도시락 싸 들고 가서 병원 가는 걸 설득하거나 그게 아니라면 멱살이라도 잡아서 일단 치료받고 맞자'라고 말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그래서 키르케의 마녀는 캐릭터 이름에 따른 각종 설정을 곱씹어 이름의 어원을 찾기 시작한다면 최소한 캐릭터의 성격이나 설정은 극의 진행에 있어 도움이 된다. 단 설정에 빠져 극의 흐름을 놓친다면 하사웨이 노아의 남모를 아픔이나 짜증과 우울감에 대해 고민해 보는 것도 감상 포인트다.

왜냐하면 그저 극악무도한 테러리스트의 수장일지 혹은 슬픈 사연을 가진 한낱 인간에 불과할지는 시청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얼핏 지나가는 조종석에서 VR 기기로 조정하는 게임처럼 보이는 장면이 전쟁의 비극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것도 계속 의문을 남긴다. 뚜렷한 선과 악의 개념이 희미해지면서 적어도 키르케의 마녀는 건프라 애니메이션이 아닌 어른들의 드라마로 거듭나기 때문이다.

아류제우스와 크리 건담이 맞붙는 장면에서 익숙한 얼굴과 목소리가 등장하고, 이와 연결되는 하사웨이 노아를 통해 울분에 가득 찬 분노가 은연중에 드러난다. 자신의 신념과 배치되는 현실과 마주할 때 느끼는 우울한 씁쓸함이 하사웨이 노아 그 자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심적으로 약한 노아가 나쁘다'라기 보다 왜 저렇게 금쪽이처럼 행동할까 하는 이유에 대해 곱씹어볼 수 있다면 키르케의 마녀가 던지는 메시지가 아닐까 싶다. 흔히 심리적 지배를 당한 하사웨이 노아가 정말 마녀가 부리는 짐승에 불과했다면, 그가 이루고자 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아픔이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몸부림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앞선다.

그럼에도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라는 말이 어울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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