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썸 '특금법 존중하고 준수' vs 업비트 '정확한 서비스 방향성과 의미 전달'


 

국내 암호화폐 업계의 숙원이었던 제도권 진입은 지난 3월 국회를 통과하며, 시장 재편을 예고했다. 금융 상품 거래법에 의해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전환한 일본처럼 규제를 준수하지 않는 거래소의 폐업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지난달 1일부터 시행된 일본은 '암호자산'이라는 용어를 채택해 거래소 협회를 중심으로 사용한다. 그러나 국내는 특금법에 명시된 '가상자산'이라는 용어를 채택한 곳은 전체 70곳 중에서 8곳에 불과하다. 특히 국내 4대 거래소조차 제각각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일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업계에 따르면 특금법 통과 후 업비트는 디지털 자산(3월 23일), 빗썸은 가상자산(3월 27일)을 채택해 이용 약관부터 정책에 적용해 명시했다.

국내 거래소 업계에서 1, 2위를 다투는 거래소가 서로 다른 '용어'를 선택한 것을 두고, 업계의 시선도 엇갈렸다. 특금법 통과 후 비슷한 시기에 빗썸과 업비트는 입장을 정리하면서 미묘한 시각차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빗썸 패밀리 중 빗썸 싱가포르는 암호화폐(Cryptocurrency), 빗썸 글로벌은 디지털 자산(digital assets)을 이용약관에 명시했다.

가상자산을 채택한 빗썸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가상자산(Virtual Asset)에 대한 국제기준을 정하고 각 국가에 국제기준의 이행을 권고함에 따라, 이를 준수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 특금법입니다. 

빗썸은 특금법에서 가상자산에 대한 정의를 규정하고 용어를 확정함에 따라 이를 존중하고 준수하기 위하여 그동안 가상화폐, 가상통화, 암호화폐, 디지털 자산 등으로 혼용되었던 용어를 가상자산으로 통일하여 사용합니다.

이에 따라 빗썸의 행보에 발맞춰 고팍스, 코빗, 빗크몬, 후오비코리아, 한빗코, 코인제우스, 플라이빗 등도 '가상자산'을 사용한다.

디지털 자산을 선택한 업비트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거래자산의 유형을 이용 고객에게 명확히 전달하고, 암호화폐를 법적인 자산으로 인정하고 있는 국제적 추세를 반영하기 위해 ‘디지털 자산’으로 용어 변경을 결정한다. 

가상자산의 경우 자산의 실체가 없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어 고객들에게 정확한 서비스 방향성과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디지털 자산’이 가장 적합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미 업비트 외에 캐셔레스트, 네임빗, 씨피닥스, 체인비, 블루벨트, 코어닥스 등이 이용약관에 '가상자산'으로 표기했다.

일각에서는 빗썸과 업비트의 속내가 반영된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지난 1월 빗썸은 국세청이 부과한 세금 803억을 납부했으며, 이후 '조세구제' 절차가 진행 중이다. 또 공식 입장에 '특금법 존중'이라고 밝힐 정도로 정부 정책에 반하는 용어 선택과 '모네로 퇴출'처럼 정서에 반하는 암호화폐도 걷어냈다.

이를 두고 특금법 시행 이후 안정권에 속한 4대 거래소조차 '실명 계좌' 갱신에 필요한 조건을 유지하기 위한 분석도 있다. 

국내 4대 거래소에 발급된 실명계좌는 6개월마다 계약을 갱신하는 구조로 어긋나면 재발급 요건이 까다롭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정식 허가를 받은 '가상자산 사업자'로서 정상적으로 영업을 시작하기 전까지 '저자세'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

업비트와 업비트 APAC(싱가포르, 인도네시아)은 디지털 자산(Digital Asset)으로 표기한다. 실체가 없는 가상자산보다 '국제적 추세를 반영하기 위해'라는 문구를 공식 입장에 밝힌 것도 법인과 암호화폐 상장 기준이 다른 업비트 APAC까지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특금법의 가상자산과 업비트의 디지털 자산은 의미가 다르다는 점이다. 무형의 결과물인 '자산'을 실체 여부로 구분한 업비트의 시선은 정부의 결정에 반기를 든 모양새처럼 비쳐질 수 있다.

지난달 27일 시행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게임물을 컴퓨터프로그램 등 정보처리 기술이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오락을 할 수 있게 하거나 이에 부수하여 여가선용, 학습 및 운동효과 등을 높일 수 있도록 제작된 영상물 또는 그 영상물의 이용을 주된 목적으로 제작된 기기 및 장치라고 정의했다.

이에 따라 게임업계는 '게임물'보다 게임을 구동하는 기기에 따라 스마트폰, PC, 콘솔 게임으로 설명한다. 플레이하는 플랫폼과 네트워크 존재 여부에 따라 PC 패키지와 PC 온라인 게임으로 구분한다.

게임물을 통칭 게임이라 표기하는 게임업계와 달리 국내 암호화폐 업계는 빗썸과 업비트가 '자산'을 가상과 디지털로 구분해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가상자산과 디지털 자산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도록 요청하는 업계의 목소리조차 없다는 점이 대한민국 암호화폐 업계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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