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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2일에 출시된 레이븐 with naver(이하 레이븐)이 1주일도 되지 않아 최고 매출 3위(국내 구글 플레이 스토어 기준)에 입성했다. 최근 출시된 모바일 게임 중에서 단기간에 상위권에 입성,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신작이 상위권에 입성, 순항 중인 것은 사실이나 이를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도 존재한다. 바로 레이븐의 성공은 불안한 공존을 의미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참고로 지난 리뷰처럼 레이븐을 폄하할 의도는 없으며, 대다수가 아닌 소수의 의견도 아닌 성공을 바라보는 다른 시선에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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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정점을 찍은 작품인가?

카드 RPG가 휩쓸고 지나간 자리는 어느덧 모바일 RPG만 남아서 지키고 있다. 일반적으로 RPG는 모든 장르의 재미를 함축시켜놓은 종합선물세트라 불린다. 이종(異種) 장르와 결합도 쉬워 색다른 RPG로 어필하는 것도 쉽다.

현재 레이븐의 모습은 국내 모바일 RPG의 정점을 찍었다는 평가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정점은 더 이상 발전 가능성이 없는 뜻으로 간주, 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출발과 동시에 집객을 최대한 끌어모은 레이븐은 결론부터 말한다면 유지와 감소라는 선택지만 남았다.

그 이유는 하나의 계단처럼 내실을 다지며 상승한 게임이 아닌 일제히 몰아넣어버린 '대동단결' 스타일이다. 분명 각종 지표는 만족할만한 수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며,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 전개할 유지와 보수 작업이 레이븐의 생명 연장의 지름길이다.

현재 이 게임을 축약하면 레벨 10이 유저들이 겪는 첫 번째 허들이다. 본격적인 레벨업의 고난이 시작되며, 아이템 파밍과 뽑기에 의존하는 진행하는 스타일이다. 또 현재 200개가 되지 않은 스테이지는 한 달도 되지 않아 바닥을 보일 콘텐츠다.

결국 대규모 집객을 진행한 이후 플레이를 유도하고, 과금으로 이끌어내는 과정이 너무 빠르다. 초반부터 월 정액제의 상품을 앞세워 보상 심리를 자극했지만, 해당 상품의 기한이 만료되는 시점에 보여줄 지표에 대해 2라운드를 준비해야 되는 셈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레이븐의 성공이 달갑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비록 잘 만든 게임이 꼭 성공하는 것은 아니라는 통설을 무시하고, 물량 공세에 따른 강제 주입 효과라면 소위 잘나가는 연예 기획사의 맞춤형 아이돌 공개와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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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쏠림화의 정점, 그 이후는?

레이븐의 성공은 블레이드 이후 한국형 핵앤슬래시 모바일 RPG의 정점을 찍은 작품으로 평가한다. 그 말도 일리가 있으며, 충분히 레이븐은 그런 말을 들을 가치가 있다. 그러나 거시적 관점에서 미투 상품 러시와 맞물린다면 상황은 이상한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

바로 장르 쏠림화 현상과 고착화가 수반되는 시장의 악순환이다. 예년과 달리 모바일 게임은 규모의 경제와 온라인 게임 개발과 운영 스타일처럼 재편되고 있다. 즉 빈익빈과 부익부로 귀결되는 양극화 현상이다.

예전 밀리언 아서 이후 촉발된 카드 RPG 러시는 결국 시장의 파이를 키운 것이 아닌 나눠 먹기에 그쳤다. 현재 살아남은 게임도 허덕이며, 연명하고 있는 수준이다. 이후에 무주공산이 되어버린 카드 RPG에 도전장을 던진 게임도 있지만, 아직까지 대박과 성공이라는 키워드를 사용할 수준은 아니다.

레이븐의 성공 이후 다시 한 번 모바일 RPG의 촉발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현재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은 기형적인 모습과 건강하지 못한 시장의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다. 바로 다양성을 인정하지 못하는 획일화 현상이 심해지고 있는 것.

RPG와 SNG, 퍼즐을 제외한다면 특정 장르 쏠림 현상이 강하다. 이에 비해 다른 지역은 레이싱과 시뮬레이션, 어드벤처 등의 다양한 장르가 차트에 골고루 포진되어 있다. 그러나 국내는 아니다. 특정 장르에 쏠리다 못해 'RPG가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 의식까지 더해지며, 편식하고 있다.

이는 결국 기형적으로 형성된 차트 분포도와 맞물리며, 이를 뚫고 들어올 수 있는 허점을 노출한 상태다. 언젠가부터 매출 상위권을 잠식하고 있는 해외 모바일 게임의 반란은 성공 가도에 접어들었다. 이에 비해 국내 게임의 상황은 예전보다 생존이라는 단어가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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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마블게임즈에 레이븐은 무엇?

넷마블게임즈에게 레이븐은 언젠가 공개할 '넷마블 스토어'의 개국공신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플랫폼의 시작은 많은 유저들을 품고 있는 확실한 게임의 성공이다. 비록 출시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레이븐은 플랫폼 공개를 앞당길 가능성을 키웠다.

레이븐 출시와 함께 '넷마블 스토어'에 탑승할 게임은 정황상 정해진 상태다. 로고에 넷마블 게임즈가 없다면 서비스 종료를 앞두거나 자리를 놓친 게임에 불과할 뿐이다.

물론 네이버 앱스토어와 손잡고 진행한 프로모션은 어디까지나 진열대에서 잘 보이기 위한 포장이다. 정작 with naver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구글 플레이 스토어도 출시했기 때문이다.

적어도 미완의 게임도 후반 작업을 통해 성공할 수 있다는 공식을 증명한 이상 이후 등장할 게임도 레이븐의 성공 공식을 따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레이븐에게 적용된 공식일 뿐 다른 게임도 적용할 수 있는 절대적인 공식은 아니다.

또 for Kakao를 겨냥한 '카카오 게임 무용론'도 설득력을 얻을 수 있는 근거를 갖췄다. 그러나 이는 결국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 귀속된 플랫폼으로 제한될 뿐 확실하게 독립한 플랫폼에서 성공한 것은 아니다. 애플과 구글에서 구축한 플랫폼에 조그만 허들을 넘었다는 것에 불과할 뿐 콘텐츠가 플랫폼의 힘을 뛰어넘은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이 외에도 모바일 RPG의 철옹성 구축에서도 넷마블 게임즈는 성공했다. 게임의 성공보다 특정 장르를 독식, 적어도 경쟁사의 위협과 맞서 싸울 수 있는 울타리를 예전부터 구축했기 때문이다. 이미 이기기 위한 싸움보다 지키기 위한 싸움을 오래 전부터 해왔던 넷마블게임즈라 '무엇'으로부터 지키려고 했는지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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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븐의 성공은 누란지위(累卵之危) 상황을 증명

문제는 레이븐의 성공 이후다. 다양성을 인정하지 못하는 시장 분위기로 쏠림 현상은 심해질 것이며, 상업과 인디로 양분될 가능성도 커졌다. 최대한의 이윤을 추구하는 상업 집단과 최소한의 이익으로 대변되는 인디 집단이 불안한 공존을 시작할 전망이다.

소위 흥행과 투자금 회수 가능성이 높은 게임사와 장르에 집중 투자, 생색내기로 진행되는 스타트업 살리기. 이들 집단 사이에서 애매한 포지션을 구축한 중소 개발사의 존립 자체도 흔들린다. 

혹자는 게임 하나의 성공으로 벌써 설레발을 치는 것이냐고 반문할 수 있다. 이에 대한 답은 자기 복제의 끝은 결국 자멸과 공멸을 불러오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는 위기론에 힘을 실어준다.

정확한 시점을 정할 수 없지만, 이미 시장의 균형은 무너진 지 오래다. 장르의 편중과 물량 공세로 살아남아 성공한다면 공식처럼 굳어져 이러한 조건을 만족하지 못하는 게임과 개발사는 패배 의식만 남게 될 뿐이다. 결국 레이븐의 성공 이면에는 시장의 균형이 무너졌다는 사실이 자리잡고 있다.

균형은 무너졌다. 레이븐 이전에 무너져버린 균형은 이후에 양극화 해소가 아닌 심화로 치닫는 상황이 찾아오는 것만 남았다. 단지 레이븐의 성공이 이러한 모습이 빨리 찾아올 수 있도록 좋은 이정표가 된 셈이다. 

지금 레이븐의 성공이 달갑지 않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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