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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스퀘어에닉스는 '확산성 밀리언 아서'를 2015년 3월 30일에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밝혔다. 일본 출시일을 기준으로 2012년 4월 10일에 출시한 이후 약 2년 11개월(1,085일) 만에 서비스를 종료하게 됐다.

이는 개발팀 이탈로 인한 콘텐츠 수급에 문제가 있어 조치를 취한 것이나 유저들의 생각은 다르다. 하나의 모바일 게임이 서비스 종료 사실을 알린 것이지만, 스퀘어에닉스라는 회사조차 서비스를 종료하는 것을 보면 실상 안전지대는 없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즉 유저 입장에서 아무리 재미있는 게임이더라도 시장의 상황은 예측할 수 없고, 각종 변수에 의해 서비스 종료로 이어지는 것에 대해 유저들은 그저 넋 놓고 바라보는 것이 전부다.

그래서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시쳇말로 재미를 위해 결제를 마다치 않는 핵 과금과 헤비 과금 집단에 모바일 게임은 무엇인가. 유명한 IP와 탄탄한 재정을 가진 회사조차 시장 상황에 따라 서비스를 종료하는 현실.

이제는 게임을 재미있게 즐기는 것만큼이나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다른 여건까지 감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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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제? 당연히 재미있으면 결제한다!
앞서 언급한 핵과금 집단에 노골적인 인앱 결제는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오히려 결제라는 단어보다 충전이라는 개념으로 접근,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고속도로 통행료를 '하이패스'에 충전하면 통과할 때 빠져나가는 상황과 비슷하다. 

즉 결제가 아닌 충전이라고 생각한다면 결제 금액은 중요하지 않다. 남들보다 빠르고 편리하게 가기 위한 과정이라 생각할 뿐 돈이 아깝다는 생각을 하이패스 이용자에게 무의미하다.

이러한 의미에서 모바일 게임의 결제는 '재미를 유지하기 위한 과정'이라 생각하는 것이 이해가 쉽다. 일반적인 PC 패키지나 콘솔도 DLC를 제외하면 '선불 결제'를 통해 소장한다. 결제한다는 것은 재미를 보장받고, 유지하기 위한 과정일 뿐이다.

과거 PC 온라인 게임과 달리 모바일 게임은 출시와 동시에 상용화에 돌입, 서비스 1일 차부터 결제의 제한이 없다. 물론 법적으로 제한을 둔 1차 장벽이 존재하지만, 이를 무시하는 경우는 많다. 

그래서 모바일 게임에 '집 한 채, 차 한 대'에 준하는 비용을 투자했어도 이를 이상한 시선으로 보는 것은 금물이다. 더욱 이러한 결제는 어디까지나 유저의 의지로 선택한 것일 뿐 개발사가 강제로 유도한 것도 아니다.

다만 문제는 결론(서비스 종료)을 알고, 게임을 접한다면 어느 누가 마음껏 플레이를 할 수 있을까. 정작 스마트 폰에서 구동하는 게임은 예전보다 스마트하게 접했던 것처럼 서비스 종료도 이전보다 더욱 스마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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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플레이, 이제는 게임보다 회사도 살펴봐야 하나?
밀리언 아서는 출시와 동시에 안정 궤도에 진입, 카드 RPG의 정점을 찍었다. 국내에 출시된 이후에도 제2의 밀리언 아서를 목표로 출시된 게임들이 많았다. 그러나 일부 게임을 제외하고, 모두 서비스 종료만을 남기고 사라졌다.

서비스 종료 소식을 알리는 게임이 많아질수록 유저들은 불안 심리가 커진다. 각종 게임을 통해 학습된 유저들의 학습 심리는 몇 가지 사항을 통해 서비스 종료를 파악한다.

예를 들면, 게임의 업데이트와 패치, 이벤트 중단, 공식 카페와 페이스북 관리 소홀, iOS와 안드로이드 운영 체제 대응 미비 등 게임에 무심한 사항을 보고, 결제를 망설인다.

이러한 점은 일종의 재난 징후로 서비스 종료 사실을 사전에 알리지 않고, 각종 이벤트를 통해 결제를 유도한다면 먹튀 논란에 휩싸이기도 한다. 실제 몇몇 회사들은 서비스 종료를 고지하지 않고, 결제 이벤트를 진행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한 개발자는 "우리 같은 영세 개발사와 개발자는 홍보와 마케팅 지원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알릴 수도 없고, 알리려면 또 다른 손해를 감수하고 다른 퍼블리셔와 계약해야 한다. 각종 수수료 부담이라는 단점이 있지만, 현 시장 구조에서 이를 타개할 방법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아쉬움을 토로한다.

매일같이 서비스 종료가 이어지는 가운데 유저들은 점차 안정적인 서비스를 보장받을 수 있는 회사의 게임을 찾아 나설 수밖에 없다. 자의적인 판단으로 회사의 규모를 판단하고, 게임을 플레이하는 일종의 '브랜드'를 보고 선택하는 시기가 온 것이다. 이를 통해 신작 출시 정보를 접하더라도 회사를 보고, 게임 플레이를 결정하는 기이한 시장 논리가 자리를 잡게 된 셈이다. 

결국 신생 개발사에서 출시하는 게임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고 영세하다는 이유로 선택을 받지 못하는 현실을 마주한다. 이는 곧 악순환의 시작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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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 종료, 악순환의 고리는 끊을 수 있을까?
상품보다 상품을 판매하는 회사를 보고 선택하는 것은 관점에 따라 현명한 소비 기준이 될 수 있다. 더욱 모바일 게임은 출시한 지 1일 만에 서비스 중단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게임업계 속설 중 하나인 3-3-3 법칙은 누구나 통용된다. 출시한 이후에 3일, 3주, 3개월을 거치며, 시장의 반응을 살핀다는 뜻이다. 워낙 많은 게임이 출시되는 탓에 현실적인 3주를 기준으로 게임의 당락이 결정된다.

또 다른 작은 시장인 카카오 게임의 서비스 유지 기간은 대략 2개월. 일종의 약정 기간처럼 2개월이 지나면 개발사는 카카오와 협의를 거쳐 서비스를 종료할 수 있다.

상품(게임), 상인(개발사), 상인 1(퍼블리셔), 상인 2(플랫폼 사업자), 유저(소비자)로 구성된 현 시장 상황에서 상인은 판촉이 중요할 뿐 유지와 보수는 최초 상인에게 전적인 책임을 전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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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유저들은 결제도 마음껏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 많은 게임과 개발사, 그리고 유수-신생 퍼블리셔도 가세해서 시장의 규모를 키우고 있지만, 정작 오랫동안 부담없이 결제할 수 있는 게임은 유저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과거 PC 온라인 게임이 장수 게임의 성공 비결로 유저들과 소통을 꼽으며, 초심과 같은 운영으로 유저들을 모신다고 말한다. 그러나 모바일 게임 홍수 시대에서 초심이라는 것을 찾을 수 있는 게임과 회사가 몇 개가 있을까. 

게임이 게임으로 평가받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하는 회사도 선택의 기준이 되었던 좋은 시절은 다 갔다. 

한 개발자는 "순수한 게임의 재미와 상품 가치로 평가받는 시대는 지난 듯하다. 오히려 순수함보다 포장을 잘해야 살아남고, 이조차 상품의 가치가 떨어지면 내동댕이치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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