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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12일 캠프 모바일이 with BAND로 불리는 밴드 게임을 공개했다. 공개 당시 카카오 게임센터와 아프리카TV 게임센터의 대항마로 주목을 받았고, 두 달 뒤에 무심사 입점이 가능한 오픈 플랫폼으로 전환됐을 때 250여 개의 개발사가 파트너로 등록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에 나선 바 있다.

2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은 밴드 게임의 실태는 참혹하다. 국내 구글 플레이 스토어(2016년 5월 17일)를 기준으로 삼국지디펜스 with BAND(129위), 레알팜 with BAND(150위), 피망 뉴맞고 with BAND(275위), 영웅의 군단 with BAND(327위)가 연명 수준으로 버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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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5월 17일 밴드 게임 현황

또 6개월 이상 업데이트를 진행하지 않은 개점휴업인 상태에 접어든 게임도 7개다. 결과만 두고 본다면 밴드 게임은 철저하게 실패했다.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 기존 플랫폼 사업자와 선의의 경쟁을 펼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폐업 상태에 도달한 밴드 게임을 진단한다.

초창기 밴드 게임이 내세운 목표는 '국내 게임 생태계에서 새로운 플랫폼을 요구하는 분명한 목소리'였다. 하지만 이러한 목소리의 의미는 시간이 흐를수록 무색해졌다.

밴드 게임은 재미있는 게임, 많은 사용자, 적절한 수익 보상 등의 키워드로 더 재밌는 게임을 계속 만들어 내도록 돕는 플랫폼을 강조했다. 또 수익은 카카오의 30% 관행을 깨고, 20%의 수수료를 책정했다.

특히 중소 게임 개발사의 육성을 지원하기 위해 밴드 게임에서 1년이 경과된 게임에 대해서는 플랫폼 수익의 1/4에 해당하는 5%의 수익을 게임 산업 발전을 위해 게임인재단에 기부하는 조항도 마련했다.

그러나 밴드 게임은 많은 사용자가 있다고 해서 전이되는 것은 아니었다. 결국 킬러 콘텐츠의 부재가 지금의 참극을 초래했다. 그저 사람만 많은 서비스 앱에 게임을 추가한다고 해서 국민 게임으로 탄생하는 것은 아닌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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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창기 밴드 게임은 설치 과정부터 문제가 많았다. 카카오 게임과 달리 밴드 게임은 게임을 설치한 이후에 실행했을 때 밴드 설치를 요구했다. 이는 게임은 그저 미끼였을 뿐 본래 목적은 밴드 다운로드 수치를 올리는 것이었다.

당시 몇몇 업체가 부스팅을 통해 CPI를 진행했지만, 결과적으로 밴드의 다운로드 증가만 눈에 띄었다. 이러한 설치 과정에 의구심을 풀었던 파트너는 불만을 품었고, 개선을 요구하기 이르렀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밴드 게임 출범과 함께 1차 선발대 10종에 이어 5월 26일에 2차 선발대 10종까지 초창기 20개의 라인업으로 시작했지만, 눈에 확연히 들어오는 타이틀은 없었다.

기존에 출시된 게임을 밴드 버전으로 출시했거나 RPG보다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게임으로 전진 배치했다. 당시 라인업은 아크스피어, 라바링크, 퍼즐푸, 별똥소녀, 명랑 운동회, 역전! 맞짱탁구, 드래곤 프렌즈, 퍼즐이냥, 벽돌팡, 박자팡 등 총 10개다.

이 중에서 모바일 MMORPG 아크스피어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캐주얼 게임이었다. 과거 카카오 게임센터가 출범했을 때 애니팡, 불리2, 가로세로 낱말 맞추기 2013, 내가그린 기린그림, 바이킹 아일랜드, 리듬스캔드, 터치크래프트, 보석팡, 아쿠아빌리지, 스페이스팡팡 등의 라인업과 비교했을 때 엇비슷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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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 보는 초창기 라인업의 수준은 카카오 게임과 비슷하지만, 정작 애니팡처럼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상품은 없었다. 사실 킬러 콘텐츠와 플랫폼은 서로 고리처럼 묶여있어 누구 하나가 잘났다고 해서 윈윈할 수 있는 관계는 아니다.

2년이 흐른 지금은 밴드 게임은 재기를 노리는 리패키지 게임 장터에서 바뀐 것이 없다. 더욱 2년이 되도록 제대로 된 킬러 콘텐츠가 없다는 점은 밴드 게임의 몰락을 의미한다. 

자리를 빌려주는 대신 수수료만 낮춰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의도는 단기적으로 통할 수 있어도 이와 동시에 콘텐츠를 발굴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밴드 게임이 for Kakao의 애니팡과 with NAVER의 레이븐을 통해 나아갈 수 있는 방향성을 잡지 못한다면 플랫폼 사업자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냥 지금은 실패를 인정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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