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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세 22% 추징, 정작 시장 보호 개선 노력은 제자리걸음


지난 3월 특금법이 통과됐을 당시만 하더라도 국내 암호화폐 시장은 또 하나의 산업으로 나아갈 수 있는 변혁을 맞이했다. 7월에는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 형평성 원칙까지 적용하면서 산업의 틀을 마련할 수 있는 규제의 틀까지 잡혔다.

그러나 정작 시장의 반응은 천차만별이다. '비과세 250만 원, 세율 22%'는 암호화폐 시장의 양성화가 아닌 이전보다 음성화돼 암시장을 활성화시킨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해외 암호화폐 거래소의 계좌는 추적보다 개인의 양심에 맡기는 자진신고에 맡겨 대규모 '탈세'가 우려된다. 스테이블 코인으로 다른 암호화폐를 구입하는 '스테이블 코인' 마켓이 흥하거나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의 엑소더스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현재 문제는 세율 22%보다 비과세 범위다. 세법 개정안으로 인해 투자자의 선택지는 세금 납부, 잠수, 탈세 등 세 가지로 압축된다. 잠수는 코인판에서 '존버'를 의미, 사기만 하고 팔지 않는 것이다. 언젠가 내야 할 세금을 일단 유망한 프로젝트를 매수, 지갑에 보관한다는 전략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심각한 문제는 조세회피를 가장한 탈세다. 개정안 시행 전부터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막판에 '던지기' 형태로 대량 매도를 통해 수익화에 집중하고, 주 무대를 국내가 아닌 해외 거래소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와 연계된 거래소의 계좌까지 열어볼 수 있는 조약이나 협약 수준이 아니라면 오로지 '자진신고'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투자자의 양심에 맡겨 22%, 이를 어기면 가산세까지 추징하겠다는 정부 스스로가 암호화폐의 몰이해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국내외 암호화폐 거래소가 24시간 돌아가는 시장에서 이전부터 '블록체인 육성, 암호화폐 단속' 기조를 유지하면서 '인정은 하지 않지만, 세금은 걷겠다'는 의지가 '가상자산'으로 발현된 것이 아닐까 예상된다.

정부가 가상화폐에서 가상자산으로 명칭을 바꾸기까지 소요된 시간을 고려한다면 시장을 입체적으로 파악해야만 했다. 특금법과 세법개정안을 조합하면 일본의 자금결제법과 유사하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의 권고안에 따라 특정국가의 암호화폐 규제방안을 벤치마킹하면서 '세금'에 집착한 나머지 시장을 보호할 수 있는 기구와 방안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없다.

세율에 걸맞은 시장 보호 규제와 활성화 대책에 대한 현실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않고, 내년 10월부터 무조건 적용하겠다는 정부의 발표가 양지로 나오려는 시장을 음지로 들어가라는 의도밖에 되지 않는다.

시장을 위한 보호세가 '세금'이라면 도대체 누구를 위해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에 대한 대책없이 '신고'에 맡기겠다는 정부의 무책임이 향후 부메랑으로 돌아올 시기가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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