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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 룰 시행 한 달, 시장 혼란만 가중시킨 졸속행정의 극치


트래블 룰(Travel Rule)이 시행된 지 벌써 한 달이 지났지만, 시장의 성장통은 여전하다. 원래는 2021년 3월 25일 특금법 시행과 함께 적용될 예정이었지만, 거래소 업계의 항변에 따라 준비 기간 1년을 거쳤음에도 시행 첫날부터 혼란은 가중됐다.

말 그대로 100만원 이상의 암호화폐 입출금시 송수신자의 정보를 확인하는 규칙으로 시행됐지만, 법에 명시된 조항에 따라 거래소 업계가 제각각 기준을 앞세워 거래소의 가두리 메타를 활성화 그들의 배만 불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 베리파이바스프와 코드의 반목(反目)
업비트와 빗썸, 코인원과 코빗 등은 업계의 BIG 4로 분류되지만, 이들의 코인 전송망 연결은 시작부터 삐그덕거렸다. 이더스캔이나 클레이튼 스코프와 같은 블록체인 네트워크와 금융업계의 스위프트 코드처럼 비(非)블록체인 네트워크의 연결은 물과 기름과 같았다는 게 업계의 불만이다.

업비트 진영의 베리파이바스프와 빗썸 중심의 코드(CODE)가 벌인 대립각은 시행 첫 날부터 중소형 거래소에 영향을 초래했다. 그 이유는 원화마켓도 없이 손해를 감수한 상황에서 특정 트래블 룰 연합에 의존할 수 없는 탓에 두 개의 솔루션에 가입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A 거래소 관계자는 "트래블 룰 적용이 의무화되면서 두 개의 솔루션에 가입했다. 두 개의 전송망이 연동되더라도 특정 망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를 대비하는 게 첫 번째 목적이었고, 특정 거래소와 입출금에 문제가 생겨 고객 이탈 방지를 위한 방책이었다"고 말했다.

B 거래소 관계자는 "같은 테스트 베드로 참여한 것이 아니므로 기술 제휴와 피드백 요구에 대응하면서 고객 서비스까지 병행하는 업무는 안정화에 접어들었다"라며 "국내 전송망만 완벽할 뿐 해외 거래소와 연동 여부도 테스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일부 거래소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업계는 표준화 부재를 꼽는다.

법무부, 금융위원회 등에 따르면 트래블 룰 조항은 특금법 제6조(적용 범위 등) 제3항과 특금법 시행령 제10조의10(가상자산이전 시 정보제공)이 전부다. 이면에는 트래블 룰의 정의에 관해 설명했을 뿐 '어떻게'라는 방법이 빠졌다.

그래서 국가 표준화가 아닌 민간기업의 솔루션으로 대체하면서 각 거래소의 이해관계에 따른 불협화음이 발생했다. 대표적인 예가 베리파이바스프와 코드의 연동이 트래블 룰 시행한 지 한 달 만에 완료됐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아직 온전하지 않은 특금법과 시행령의 문제점을 대거 노출했다. 국가 표준화 부재로 민간 기업의 솔루션 의존도가 높아졌고, 이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의 몫으로 돌아갔다.


◆ 남발하는 화이트 리스트 속 명확한 기준도 없어
국내 암호화폐 업계의 화이트 리스트는 그저 원활한 입출금을 위한 사전 등록제도다. 이에 비해 일본의 화이트 리스트는 정부 당국(재무성, 금융청) 등이 거래소의 요청에 따라 사전에 심사해 거래할 수 있는 프로젝트로 인정하는 개념이다.

하지만 국내의 화이트 리스트는 혼란만 초래했고, 위험평가라는 명목으로 진행한 입출금 거래소 선정은 이해 관계에 따라 결정해 수수료 지키기에 급급했다는 지적이다.

업비트는 입출금 거래소를 별도로 구분했지만, 입금과 출금 거래소가 다르다. 빗썸도 출금 가능 거래소 리스트만 공개했을 뿐 그 이상의 설명은 생략했다.

대표적으로 업비트는 같은 OK그룹의 OKX는 입출금이 가능하지만, Okcoin은 입금만 할 수 있다. BIG 4는 내부에서 정한 지침에 따라 입출금 거래소를 추가하면서 바이낸스-OKX-후오비 중에서 후오비는 제외했다.

이들은 특금법의 바스프(가상자산사업자) 신고 수리가 완료되지 않은 사업자로 국내법에 따라 불법이다. 하지만 홈페이지에서 한국어 메뉴를 삭제했지만, 추천인 코드로 꼼수 영업을 자행하고 있음에도 이들을 통해 유입되는 코인을 위해 국내 거래소 업계는 빗장을 열어줬다.

C 거래소 관계자는 "앞으로 신규로 상장할 코인을 위해 해외 거래소 연동은 필수다. 비록 지갑 경유를 통해 매수하는 투자자도 있겠지만, 수수료 이중고를 견디면서 국내 거래소를 이용할지는 미지수다"라고 말했다.

D 거래소 관계자 "해외 메이저 거래소를 패싱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국내보다 월등한 거래쌍을 보유한 이상 베리파이나 코드와 연동되는 해외 거래소 리스트의 추이를 지켜볼 계획"이라고 전했다.


◆ 거래소 업계의 위험 평가 비공개 방침이 논란 키워
BIG 4는 화이트 리스트를 설명하면서 위험평가 심사를 언급한다. 문제는 이러한 심사 결과는 내부 공유용이며, 모든 것을 비공개로 처리하는 과정에서 영업비밀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거래소 업계는 특정 거래소가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위험 국가나 OECD의 조세 피난처에 위치해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를 바꿔 말하면 거래소 내부에서 입출금 거래소의 사업장 소재지를 파악했으며, 이들이 속한 자금세탁방지 솔루션과 거래소 내부의 위험평가로 등급을 매겼다는 의미다.

현재 업비트와 빗썸의 화이트 리스트에 언급된 비트뱅크는 일본의 1종 암호자산 거래소다.

즉 국내보다 앞서 시행된 자금결제법에 따라 허가받은 사업자로 특금법과 자금 결제법에 따라 인가받은 사업자끼리 교환할 수 있는 명분이 있다. 코인체크나 비트플라이어, 라인 비트맥스 등은 JVCEA의 1종 회원이자 비트뱅크와 같은 라이센스를 보유해 화이트 리스트 선정에 이견이 없다.

그러나 바이비트나 업비트 싱가포르는 특금법이나 자금결제법에 따라 라이센스를 받은 국가가 존재하지 않는다. 업비트 APAC의 업비트 싱가포르는 싱가포르 통화청(MAS)의 지불 서비스 법(PSA)에 따라 라이센스 유예를 받은 거래소일 뿐 영업을 위한 라이센스를 획득한 사업자는 아니다.

일각에서는 거래소가 '엿장수 맘대로' 화이트 리스트를 선정, 향후 상장을 위한 가두리메타에 열을 올렸다는 의견이 나온다. BIG 4의 입금 거래소 리스트가 상장메타의 단서가 됐으며, 이들 거래소를 중심으로 국내 상장길을 열어놓으면서 트래블 룰 시행을 앞세워 수익 극대화를 위한 밑 작업에 집중했다는 비난이 쏟아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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