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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더 북 공유 금지 위반 시 과태료 1억 원|몸집 키우기 열 올렸던 거래소 졸지에 슬림화


"이제 다른 거래소랑 제휴 끊어야죠. 괜히 몸집 키우다가 거래소 문 닫기 좋은 시기네요. - A 거래소"

"이제 확실한 프로젝트만 남기고, 자생력을 키울 시기라 판단된다. 오더북 공유 효과가 예전과 같지 않아서 어차피 잘됐다. - B 거래소"

"프라이버시 코인은 없지만, 현재 공유 중인 오더북이 없어지면 40%가 목록에서 사라진다. 이제 특금법 시행 전까지 상장폐지 경고가 넘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해본다. - C 거래소"


국내 암호화폐 업계 생태계와 거래소의 운명이 걸린 '특금법 시행령 개정안'이 지난 3일부터 내달 14일까지 입법 예고됐다. 국내에서 영업 중인 암호화폐 거래소의 의무와 실명계좌 발급 조건 등이 명시된 시행령 개정안을 두고, 거래소의 생사 여탈권을 금융권이 쥐게 되는 형국이 됐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업계는 ISMS 인증 획득과 실명 계좌가 발급된 그룹과 ISMS만 획득한 그룹으로 구분돼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입법 예고가 진행 중인 기간에 의견을 개진할 수 있지만, 확실한 명분이 없다면 시행령 개정안이 그대로 내년에 시행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표면적으로 ISMS 인증번호를 획득한 거래소만 은행이 실명계좌 발급 심사를 진행, 결과에 따라 영업 포기가 속출할 수 있다는 위기론이 퍼지고 있다. 하지만 이면에는 ISMS 인증과 실명계좌 발급 중간에 '오더 북 공유 금지' 조항도 국내에서 영업 중인 거래소에 치명적이라는 의견도 무시할 수 없다.

9일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에 따르면 특금법 13조 4항은 다른 가상자산사업자와의 제휴를 통해 고객이 다른 가상자산사업자의 고객과 가상자산을 거래하도록 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이는 5항의 다크코인 취급보다 구체적으로 명시, 이를 위반하면 최대 1억 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 대상이다.

D 거래소 관계자는 "예전에 타 거래소와 제휴를 종료해 현재 거래쌍으로 특금법을 대비하고 있다"며 "무리한 상장보다 내실을 다질 수 있는 프로젝트 위주로 선별해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송 기록을 숨기는 다크코인은 국내 암호화폐 업계에서 '프라이버시 코인'으로 통하며, 모네로(XMR)로 촉발된 다크코인의 폐해로 확정된 조항으로 입법 예고 기간에 '프라이버시 코인 리스트'가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정부 당국과 업계의 의견 조율이 필요해 여지가 있지만, '오더 북 공유 금지'는 합의할 여지가 틈이 없다.

예를 들면, 바이낸스-바이낸스KR, 비트파이넥스-에이프로빗, 업비트-업비트 APAC, 빗썸-빗썸 글로벌-빗썸 싱가포르, 코인원-비트루 등이 대표적이다. 또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와 한국 지사로 연결된 OKEx나 후오비, 디지파이넥스 등도 마찬가지다.

E 거래소 관계자는 "이전에 오더 북 공유보다 연동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제휴 관계가 유지되고 있지만, 법률 검토를 진행 중이다"라며 "오더 북 공유가 단순한 거래쌍 공유인 것인지 우리의 고객이 다른 거래소의 고객과 거래할 수 있는 것인지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업계에서 오더 북을 공유하는 거래소의 존재는 일종의 페이스메이커다. 거래소 독자적으로 시장에 진입하는 것보다 오더 북을 공유하는 해외 거래소에 시장에 진출, 초기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출 수 있는 힘을 비축해 공격적인 마케팅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업비트의 페이스메이커가 비트렉스였던 것처럼 업비트는 '비트렉스' 효과를 톡톡히 봤다. 이후 중소형 거래소가 오더 북을 공유하면서 몸집을 키운 이후, 일정 시기가 나면 홀로서기를 진행하는 게 대세처럼 굳어졌다.

오더 북 공유가 금지된 이상 국내에서 영업 중인 거래소는 독자 상장에 따른 거래쌍, 커스터디 등의 서비스로 경쟁할 수밖에 없다. 이미 법에 명시된 이상 과태료의 부담을 떠안은 상황에서 영업할 간 큰 거래소는 없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내년 특금법 시행 전까지 오더북 공유와 관련해 제휴 파기와 부실한 알트코인의 상장 폐지 러시가 예고돼 거래소의 폐업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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