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만 만나면 독이 되는 블록체인




한때 블록체인은 메타버스처럼 마법과 같은 단어였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신사업과 먹거리 확보 등 장밋빛 미래로 가득 찬 차세대 기술로 포장돼 유통과 금융과 같은 전통 산업과 접목, 혁신의 아이콘처럼 통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 블록체인은 유독 게임업계에서 찬밥보다 못한 신세다. 그나마 찬밥은 먹을 수 있지만, 독은 먹을 수 없다. 국내 게임업계에서 블록체인 게임은 시험이나 시도보다 시쳇말로 코인만 찍어서 팔아먹으려는 집단의 이기(利器)라는 선입견이 우선시된다.

국내 게임업계에서 블록체인 게임은 정상적으로 서비스할 수 없다. 이 말은 곧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게임을 플레이하는 사용자가 구제받을 수 있는 대책도 없고, 이미 국내 서비스를 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게임업체의 각종 면책조항의 함정에 빠지기도 쉽다.

현재 국내 게임업계의 프로젝트(국내외 가상자산 업계는 알트코인으로 지칭)는 보라(BORA), 마브렉스(MBX), 콘엑스(CONX), 크로쓰(CROSS), 위믹스(WEMIX), 넥스페이스(NXPC) 등이 꼽힌다. 하지만 이 중에서 각 프로젝트 팀이 열과 성을 다해 서비스하는 블록체인 게임은 국내에 존재하지 않는다.

게임위는 환전에 따른 사행의 의미를 문제 삼아 '등급분류 취소'로 게임업계에 경고장을 던진 지 오래다. 비록 PC가 아닌 모바일 게임의 사후 심의 제도를 활용하더라도 애플 앱스토어나 구글 플레이에서 국내 블록체인 게임은 찾아볼 수 없다. VPN으로 우회로 접속해 플레이하거나  안드로이드 운영 체제 스마트 폰은 APK파일로 설치해 플레이를 이어가야 한다.

바로 이 구간부터 문제가 생긴다. APK 파일이나 PC의 에뮬레이터로 접속을 하더라도 지갑 연동과 덱스(DEX), 스테이킹 등과 같은 서비스를 이용할 때 보안 문제나 불미스러운 문제 발생 시 게임업체는 면책 조항으로 빠져나간다.

과거에 블록체인 게임을 개발해 서비스했던 A 개발사 관계자는 "공식 커뮤니티의 첫 번째 공지는 대한민국 IP를 차단해 접속할 수 없다는 안내문이었다. VPN을 사용해 접속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사전에 안내한 이상 책임에서 자유로워진다"라고 말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2024년 2월 23일 온라인과 모바일 게임의 표준약관이 개정됐다. 속칭 천장 남발 방지 차원으로 설정된 확률형 아이템 관련 정보, 서비스 종료에 따른 환불 조항, 해외게임사업자의 국내대리인 지정제도 도입 등이다.

일각에서는 국내대리인 지정을 두고 블록체인 게임의 서비스가 가능해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퍼졌다. 하지만 해당 조항은 무분별한 먹튀 게임 방지를 위한 방안이었을 뿐 각종 조세회피처에 페이퍼 컴퍼니 형태로 설립된 재단의 면죄부가 될 수 없었다.

B 프로젝트 팀 前 PM은 "국내 서비스를 위해 법률 자문과 유권 해석으로 설명을 들었지만, 지속적인 서비스를 담보할 수 없는 불안정한 환경이 이어질 것이라는 애매한 답변이었다"라며 "보도자료 배포와 유튜브와 텔레그램, 디스코드 등 미디어믹스까지 준비했지만, 관계 기관의 혼선 탓에 서비스를 포기했다"라고 말했다.

그가 말한 관계 기관은 특금법과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의 금융위, 게임산업법의 게임위, 전자상거래법의 공정위다. 한때 국내 프로젝트와 블록체인 게임업계에서 이들을 두고, 우스갯소리로 삼위일체라 호칭했다. 당시 암호화폐는 육성보다 규제 중심의 산업이고, 당연히 암호화폐가 탑재된 서비스 중에서 게임은 디파이처럼 기존 산업군을 위협하는 서비스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암호화폐의 부정적인 이미지는 '투자와 투기, 사업과 사기'로 점철된 무법지대 시절부터 굳어졌다. 특금법이 시행되기 전까지 국내 암호화폐 업계는 '법이 없으니 어긴 것도 없다. 그래서 우리는 불법이 아니다'라는 궤변만 늘어놓던 시기가 한참 과거의 일이 아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블록체인 게임은 국내에 서비스할 수 없고, 해외 서비스를 주력으로 삼았다. 하지만 거래소 상장 없이 재단과 게임업체가 말하는 생태계 구축과 활성화는 불가능했다. 각종 기술을 앞세우지만, 이더리움이나 모네로(XMR)처럼 확실한 쓰임새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결국 쓸데가 있거나와 없거나의 차이었다. 사실 블록체인 게임도 디앱(DApp, Decentralized Application)에서 출발, 익히 알고 있는 단어 '게임'을 차용했을 뿐 결국 앱이나 어플에 불과했다. 

前 MM업체 C 팀장은 "탈중앙화 앱이라면서 구글 플레이에 올려놓고 서비스한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플랫폼이 싫다면서 메인넷을 활용한 블록체인 플랫폼의 게임이라고 강조하는 게 앞뒤가 맞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업계 관계자의 뒷담화는 일부 서비스 중인 블록체인 게임의 실태를 보면 몇 가지 달라진 점이 있다. 일례로, 메인넷을 구축해 생태계의 기축통화라고 볼 수 있는 코인을 중심으로 하나의 게임에 다른 토큰을 적용하고, 덱스(DEX)와 지갑을 활용해 판을 짠다.

한때 거래소가 프로젝트 팀의 기술을 심사할 때 테스트넷과 메인넷 보유 여부, 지갑과 덱스(DEX), 디파이, NFT 마켓 연동을 통한 생태계 조성도 등을 유심히 지켜보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상향 평준화돼서 메인넷이 없어도 돌아가는 현실이라 프로젝트 팀이 멀티체인만 지원하더라도 이러한 생태계 구축은 힘든 게 아니다.

앞서 언급한 중심이 되는 코인도 상장하고, 별도의 게임에 또 다른 접목하는 코인도 상장하는 이른바 중복 상장. 겉모습만 보면 톱니바퀴처럼 물려 돌아가는 완벽함을 자랑하는 듯했지만, 실상은 정반대다. 

예를 들면, PC와 스마트 폰, 콘솔 기기에서 모두 구동되는 게임을 멀티플랫폼을 지원한다고 설명한다. 이처럼 블록체인 게임도 이더리움이나 테조스, 솔라나, 아발란체 등과 같은 지원 네트워크를 추가할 때마다 멀티체인을 지원하는 게임이라고 강조한다.

항간에는 블록체인을 활용한 보안 강화, 거버넌스 토큰으로서 사용자의 의견을 앞세운 게임 운영, NFT를 활용한 한정판 펫, 게임 내 경매장과 유기적으로 돌아가는 덱스(DEX), 서비스 종료 시 바이백 검토 등 차세대 게임 서비스처럼 포장됐다.

'게임은 하나, 지원하는 플랫폼은 여럿'이라는 취지는 좋았지만, 블록체인 게임의 서비스 기간은 예상보다 길지 않다. 수집형 RPG처럼 도감을 채우고, 각종 강화와 진화를 거쳐 초월로 이어지는 강함의 만족도와 달리 수익률이 떨어지면 블록체인 게임의 존재 이유는 무색했다.

2부 계속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