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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시행 후 '법률 공백' 메우기 위해 시장에 위험한 신호만 보내


지난 3월 특금법이 시행됐지만, 국내 암호화폐 시장은 여전히 어지럽다. 9월 24일까지 신고 수리를 위한 접수 기간, 9월 25일부터 최대 90일의 심사를 거친다는 특금법의 골자는 작금의 상황과 동떨어진 지 오래다.

이미 법 시행 전부터 정부의 인가를 받은 거래소가 내년 1월에 나올 예정이며, 9개월의 법률 공백이 발생할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음에도 요근래 정부 당국의 정책은 들쭉날쭉도 모자라 시장의 혼란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국내 암호화폐 시장이 겪은 대규모 상장 폐지는 거래소의 생존 게임에서 비롯됐고, 이러한 배틀로얄은 지난해 개정안이 통과됐을 때부터 정부 차원에서 법 시행을 위한 가이드라인 공표와 공청회, 설명회 등 형식적인 행사에 그치치 않고, 적극적으로 나섰어야 하는 말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또한 특금법에 정해진 기간(시행, 서류 접수, 심사)이 있음에도 시장에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는 신호를 연일 보내면서 살생부라 불리는 대규모 상장 폐지의 원인 제공자라는 것을 부인하기 힘들다.

특히 싱가포르의 PSA나 일본의 자금 결제법, EU의 미카(MICA) 등 FATF 회원국의 암호화폐 규제법안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고, 오로지 규제에 초점이 맞춰진 특금법의 행태도 독불장군에 가깝다.

특정 국가의 규제 법안을 언급만 하더라도 시장은 얼어붙는다. 국내 거래소에 상장된 알트코인을 정리하겠다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짧은 기간에 상장 폐지가 자행될 것이라는 예상을 못했는 지 묻고 싶을 정도다.

거래소의 생존을 위협하면 당연히 거래소는 살기 위해 거래 중인 프로젝트 중에서 문제의 소지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과감히 내친다. 그 결과 시장은 납득하기 어려운 상장 폐지 사유에 대해 거론하고, 상장 수수료와 같은 흑막의 썰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정부의 역할은 언제나 '블록체인 육성, 암호화폐 단속' 기조에서 변한 게 없다.

금융정보분석원의 가상자산사업자 현황은 여전히 신고된 거래소가 없다. / 자료=금융정보분석원

2017년 9월 4일 대한민국 정부가 국내에서 ICO를 금지시켰음에도 '거래소 상장이 ICO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궤변이 여전히 통하는 2021년 6월 28일의 현실은 거래소의 상장 폐지를 두고 프로젝트팀이 혈전을 벌이고 있다.

거래소가 대규모로 거래를 종료해도 상장 폐지를 앞두고 몇 시간 전에 입장을 번복해도 이를 바로잡을 법이나 조항 자체가 없다. 법 시행 후 개정안 발의만 하는 것도 순서가 거꾸로다.

처음부터 법 시행 전에 규제만 운운할 게 아니라 규제에 따른 허용도 준비했어야 한다. 그저 '살고 싶으면 하지 마, 이유는 대지마, 우리가 없애라고 하면 없애'라는 식의 업계의 생리와 특성도 모르는 상황에서 시장에 메시지만 던지는 이유가 무엇인가.

ISMS를 획득한 거래소를 대상으로 다시 현장 컨설팅에 나선 것은 행정력 낭비의 끝이다. 이미 과기부와 KISA의 ISMS 인증 심사를 통과한 거래소를 방문해서 얻는 게 무엇인가. 오히려 현장 컨설팅 거래소만 살아남는다는 퍼드만 퍼질 뿐 정부 기관의 움직임과 관계 당국의 말 한마디가 시장에 던지는 파장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가.

결정적으로 왜 국내 거래소만 빡빡한 규제의 칼날을 들이밀면서 국내에서 해외 거래소의 변칙 영업을 단속할 의지조차 없는 관계 당국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가.

국내 거래소를 모두 잃고 암호화폐 시장이 황폐화되기를 원한다면 지금부터 확실한 시기에 필요한 말과 행동을 보여주길 바란다. 괜히 애먼 국내 거래소만 잡아들이지 말고, 정확한 원칙과 규제로 시장에 다가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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