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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그나로크의 위협이 그 어느 때보다 가까이 다가왔다



그가 블레이드를 들었을 때 살아 움직이는 모든 것을 지워버리는 복수의 화신이었다. 크레토스는 PS2 시절부터 데미갓을 비웃는 신들의 비아냥을 블레이드 하나로 모든 걸 처단했다. 

하지만 아트레우스가 등장한 이후 신을 처단하는 것보다 자식 교육에 열을 올리는 아들 바보가 된 모습을 보면서 게이머들과 공감대가 형성된 게 이채롭다.

한때 전쟁의 신으로 화려하고 잔인한 액션의 쾌감을 선사했던 크레토스와 열혈남아의 모습을 지켜본 게이머도 어느새 나이를 먹었다. 그래서 지난해 겨울에 발매된 '갓 오브 워 라그나로크'의 여정을 함께 하며, 게임 막바지에 등장한 아트레우스와 포옹 장면은 울림이 컸다.

크레토스가 블레이드를 들면 누군가는 죽는다는 게임의 법칙에 따라 갓 오브 워 라그나로크에 등장했던 신들도 하나씩 사라졌다. 단지 신의 마지막 모습을 보기 위한 여정에 액션과 퍼즐, 아이템 파밍은 잠시 거들 뿐이었다.

사실 초창기 갓 오브 워는 '일단 삐뚤어질 테다'라는 정신을 블레이드에 녹인 액션 게임이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야기를 음미하면서 퍼즐을 곁들인 어드벤처로 장르의 변주를 시작했다. 아마도 '액션만 있고, 이야기는 없다'는 속설 탓에 시도한 것일 수도 있음에도 산타 모니카 스튜디오의 노력은 갓 오브 워 라그나로크에서 정점을 찍었다.

어차피 엔딩 스크롤을 보기 위한 1회차 플레이, 최고 난이도가 불리는 전쟁의 신 도전과 아이템 파밍을 위한 2회차 플레이, 플래티넘 트로피 달성과 뉴 게임 플러스를 대비한 3회차 플레이 등 회차를 반복하면서 도전하는 동기 유발은 확실하다.

크레토스의 묵직한 음성조차 아트레우스를 위한 투박한 애정이라는 것을 다들 알고 있었다. 다만 자식이 사고를 치고, 부모가 수습하는 전형적인 훈육도 아트레우스와 오딘의 만남이 떡밥이 됐다는 것도 알고 있다. 즉 깜짝 반전이 없는 결말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블레이드와 도끼, 창을 들고 싸우는 크레토스의 모습에서 자식을 쉽게 놓아줄 수 없다는 공허함이 묘한 감정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투박한 1레벨로 시작해 스킬, 장비, 룬 파밍 등 게임에 설정된 레벨업과 아이템 파밍이 단순한 살육보다 울분에 가득 찬 액션이었다는 것을 떠올린다면 만감이 교차한다.

만약 아트레우스의 존재가 없었다면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로 그칠 수밖에 없는 프랜차이즈 게임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을 것이다. 진화 대신 자기복제만 반복하다 사라진 게임들이 해를 거듭할수록 부진한 이유도 팬을 ATM으로 보는 몰지각한 상술이 노골적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갓 오브 워 라그나로크는 상술을 예술로 포장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전 작품들이 트릴로지처럼 3편으로 마무리했던 것에 비해 북유럽 신화는 2개의 타이틀로 방점을 찍었다. 여기에 전작 출시 후 공백기를 무색하게 만들 정도로 액션과 퍼즐, 어드벤처 등이 한 편의 드라마가 완성되면서 뉴 게임 플러스를 기대하는 또 하나의 명작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았다.

굳이 흠결을 찾는다면 오딘과 결전을 앞두고 잠시 이동했던 바나헤임 지역이다. 흡사 시청률 잘 나온다고 억지로 짜 맞추는 분량 늘리기 방송처럼 어설픈 모험심을 강조했던 탓에 과유불급의 상징으로 남았다.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일부 플레이 동선이 아쉬움으로 남았지만, 크레토스와 아트레우스가 올겨울에 선사한 감동은 잊을 수가 없다. 바로 플래티넘 트로피 달성을 위한 플레이보다 '뉴 게임'을 기다리며, 여운을 곱씹는 인생 게임으로 기억해 둘 갓 오브 워 라그나로크의 리뷰였다.

이름 : 갓 오브 워 라그나로크
개발 : 산타 모니카 스튜디오(Santa Monica Studio)
장르 : RPG
과금 : 유료
지원 : PS4 / PS5
비고 : 부성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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