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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동전사 건담 수성의 마녀(이하 수성의 마녀)의 최종장이 다음 달 마무리된다. 참고로 기자는 작화나 설정, 메카닉 디자인 등을 고려해 0083, OO와 UC의 팬으로 '건담 THE ORIGIN' 이후 건담의 애착은 잠시 멈춘 상태다.

그래서 수성의 마녀는 새로운 작품이 등장할 때마다 '그냥 건담이니까'라는 의리 감상으로 버텼지만, 이번 작품은 유난히 이질감이 강했다. 에이지나 빌드 시리즈(파이터즈, 트라이)나 다이버즈도 실험작이라 생각했지만, 적어도 수성의 마녀는 철화단 급으로 분류할 정도로 기존 설정과 사뭇 달랐다.

리뷰에 사용된 이미지는 건담 인포와 공식 유튜브 채널의 이미지를 사용했다.

아마도 작품의 배경이 전장이 아닌 학교라는 점에서 오해와 이념의 대립이 작아진 탓에 이를 지켜보는 입장도 공감보다는 물음표만 나왔다. 특히 시즌1은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질문만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오히려 행성보다 범위가 작은 기업과 기숙사의 대결 구도에서 해리포터의 마법사학교가 스쳐 지나간다. 

학창 시절에 한참 외웠던 '수금지화목토'에서 수성은 수성의 마녀에 등장했으며, 이전에는 목성과 금성, 화성이 작품의 세계관 중의 배경이나 설정으로 등장했다. 새로운 설정만큼이나 수성에서 넘어온 슬레타 머큐리의 성장물을 기대했지만, 이조차 기존 시리즈와 다른 노선을 선택했다.

아무래도 우주세기와 비우주세기로 양분된 설정에서 수성의 마녀는 특정 카테고리에 속하지 않는 실험을 시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일반적으로 주인공의 성장은 라이벌로 설정된 누군가와 반목을 거듭해야 하는데, 경쟁보다는 태생부터 괴물이라는 설정을 앞세워 작품에 등장하는 배역들의 존재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오히려 슬레타보다 시즌1부터 심경의 변화를 겪으면서 작화까지 자연스럽게 바뀐 '구엘 제타크'의 성장기였다면 클리셰 범벅의 '재벌집 첫째아들' 버전의 무난함 그 이하에 그쳤을 것이다.

이러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슬레타는 복수와 분노로 갈등을 조장했던 사건의 중심에서 파고들어 대결로 결과를 마무리했던 종결자 개념에서 한 발짝 물러섰다. 

시쳇말로 애들 싸움에 왜 로봇과 기업의 기술 경쟁을 부추기는 과도한 설정으로 눈살을 찌푸릴 정도였지만, 마무리를 앞둔 시점에서는 이해는 간다. 앞서 언급한 솔루션 개념의 주인공 설정보다 그저 '만나면 좋은 친구'로 흘러가면서 시즌 내내 곳곳에 배치했던 떡밥 회수도 걱정된다. 

최종장에서 극적인 반전을 보여줄 것인지 혹은 OVA에서 추가 설명을 이어갈지에 따라 타이틀의 평이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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