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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성책 하나 없는 정부 행보에 시장은 대혼란


"ISMS 인증 받으면 뭐합니까. 어차피 실명계좌 발급은 거래소가 급하지, 정부나 은행이 급한 게 아니잖습니까. 이럴 거면 왜 ISMS 의무화를 집어넣었는지 이해가 안갑니다. - A 거래소 관계자"

"그냥 처음부터 서류 접수조차 막을 생각이었다면 ISMS가 필요 없다고 했어야죠. 가뜩이나 일반 ISMS도 아니고 거래소 전용 ISMS까지 생긴 판국에 실명계좌 없이 과태료 내면서 버티라고요?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죠. -B 거래소 관계자"

"원화마켓 없으면 국내서 영업 중인 해외 거래소랑 다른 게 뭐죠? 오히려 그들이 몸집도 커서 저희보다 유리한데, ISMS 인증번호 받아보겠다고 1년 가까이 압수수색 받아본 그 기분 알면 저렇게 말하면 안 되죠. C 거래소 관계자"

지난 3월 시행된 특금법에 따라 9월 24일까지 거래소의 신고수리 서류 접수마감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국내 거래소 업계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이들은 ISMS 인증번호만 있으면 실명계좌 심사를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고 믿었지만, 이는 언제까지 거래소의 희망일 뿐 현실은 정부 당국과 은행이 책임 떠넘기가 이어지고 있다.

그 결과 서로 미루면서 시간이 흘러가는 사이 폐업 러시에 따른 대규모 상장폐지가 현실화되고 있다.

책임지기 싫은 일을 하지 않는다는 안일한 생각이 시장에 악영향을 초래하고, 국내에서 영업 중인 거래소의 씨를 말리겠다는 못된 심보만 보이는 정부 당국의 자세가 문제다.

물론 특금법 자체가 자금세탁을 막아보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지만, 정작 이를 제어할 수 있는 기관이나 기구는 원론적인 답변만 반복하고 있다. 신고나 제보를 하더라도 그저 "신고 수리 대상으로 9월 24일까지..."라는 앵무새 답변 외에는 특단의 조치나 육성을 위한 규제 샌드박스 언급조차 없다.

이쯤 되면 그냥 될 대로 되라는 식의 시장 방치는 곧 거래소가 폐업해도 거래소 책임, 거래소가 상장 폐지해도 거래소 책임, 기획 파산을 가장해 먹튀해도 거래소 책임 등 정부 당국은 거래소를 암호화폐 시장을 혼탁하게 만든 주범이자 세력의 연장선으로 보고 있다는 말이다.

오죽하면 후오비토큰(HT)이나 오케이비(OKB) 등의 글로벌 거래소 토큰도 법에 명시할 정도라 암호화폐를 악의 축으로 보고 있는 게 아니라면 숨통을 터주는 게 상식이다.

하지만 특금법 시행 후에 확고한 원칙에 따른 규제 일변도보다 무조건 규제가 답이라고 외치는 정부 관계자의 말은 시장에 대한 무관심과 몰이해의 정점이다. 정말 규제가 1순위라면 이에 따른 부작용을 예상하고, 법의 범위에서 규제할 수 있는 시장을 열어주는 게 상식이다.

ICO나 IEO를 금지했다면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하지만, 그냥 손을 놓고 '시장의 법칙'만을 논하는 게 전부다.

자 그렇다면 ISMS 인증 의무화는 왜 추가했는지 묻고 싶다. 오히려 특정 거래소를 비호해 거래소 카르텔을 인정, 그들만의 리그를 구성할 수 있도록 방조하는 게 정부의 역할인지 묻고 싶다.

이럴 거면 실명계좌 심사만 해서 거래소를 정리했어야 하지만, 괜히 시간을 벌기 위해 ISMS 인증 의무화 조항을 추가한 저의도 의심스럽다. 그저 FATF 권고안에 따라 졸속으로 만든 것도 모자라 시행과 동시에 개정안만 남발, 시장에 퍼드만 날리는 정부 관계자의 멘트도 매끄럽지 못하다.

답을 정해놓고 거래소를 정리할 거라면 9월까지 기다릴 필요가 있나. 어차피 기승전 4개 아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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